오전 출근길,

갑자기 도로위 주행하던 차가 덜컹거리기 시작했다. 

심상치 않은 기운에 비상등을 키고 터널 진입하기 전에 세웠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운전석의 앞바퀴가 빠져서 데구르르 3차선 도로쪽으로 빠지는 게 아닌가. 

큰 사고가 나지 않아 다행이다 싶은데, 갑자기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차 딜러분에게 전화를 걸었다. 

받지 않았다. 

우선 직장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얘기하고 대신 수업을 진행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나의 떨리는 목소리를 알아채셨는지 인턴 강사분께서 나 대신 보험사에 신고를 해주셨다. 

우여곡절 끝에 견인 서비스를 불렀으나, 앞바퀴가 없어 범퍼가 나갈 위험이 있으니 다른 견인차를 불러주겠다고 했다. 

타이어 전문점에 가서 교체하고 났더니 오전시간은 다 지나가고, 아직 떨리는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 휴식을 취하며 느긋한 척, 여유로운 척 코스프레를 하며 진정모드로 전환을 하고자 노력했다. 


이 와중에 오늘 눈은 예쁘게도 내렸다.


오후, 

창밖에 고개를 내밀고 하염없이 내리는 함박눈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불현듯 '난 참 운이 좋은 아이구나.'를 새삼 깨닫는다. 

사람들이 있어 나를 진정 시켜주고, 차를 데려다 고쳐주고, 걱정해주는 사람들. 

그리고 오전에 이 일이 없었으면 필히 이 미끄러운 얼음눈길에 사고가 났을 것이며, 

사고가 났으면 뼈도 못 추리고 큰 일 났겠다 싶다. 


사람들을 위해 기도한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_()_


그리고 

나를 보살펴주는 우주의 기운에게도 고맙습니다.

지금 딱 이 시기, 

내게 필요한 것은 독립인가 노후를 위한 저축인가를 두고 마음 속 저울이 재빠르게 움직인다. 


주위를 둘러보면 대부분 결혼을 해서 자신만의 가정을 꾸렸거나, 독립을 해서 제 살 길을 살아가고 있다. 결혼해서 맞벌이를 하더라도 아이양육비와 대출금 때문에 허덕이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독립한 지인들의 이야기도 별반 다르지 않다. 월세금과 전세자금 대출 때문에 허덕이는 건 마찬가지다. 


나는 부모의 혜택을 받는 이른바 캥거루 새끼다. 부모님이 집을 갖고 계셔서 매월 들어가는 은행돈이 없는 대신에 매월 공과금과 간혹가다 있는 외식이나 생활용품 등은 내가 해결하고 있으니 친구들 눈에 나는 부모덕에 사는 거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대신에 감내해야 할 잔소리들과 감정소비가 많지만 말이다. 

친구들은 보살펴야 할 자식새끼들이 없고 사고치는 남편이나 형제자매가 없는 것에 대해서 감사해야 한다고 말을 한다. 나는 무덤덤하게 응답한다. 

"나 자신이 자식이자 남편이다. 나에게 투자를 많이 하기 때문에 교육비랑 생활비가 많이 들어간다~~"

그렇다. 

정말 해보고 싶은 것이 있으면 다 해보고,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먹고,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어떻게든 갖는다. 물론 사치를 부릴 만한 형편이 아니라서 그나마도 꾸역 꾸역 참아가며 정 참을 수 없으면 한다. 모든 것이 '지금 이 순간'이기에 마음 속 깊이 원하는 것이 있으면 해야지만 직성에 풀리는 불같은 에너지들이 넘친다.


그랬던 내가 올해 들어 많이 변했다. 아니 변했다라기보다는 정리정돈이 되어가는 것 같다. 

너무 철 없는 어린 사자처럼 제 멋대로 살았나? 이제 좀 진득하게 해보고 싶었다. 

일도, 관계도, 라이프 스타일 마저도.


잔가지들을 걷어내고 굵은 가지 몇 개만 가지고 나머지 인생을 살아가고 싶었다. 

이런 시점에 새로운 제안들이 들어오고, 사는 터전을 옮겨야만 가능한 네트워크와 사람들, 일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갑자기 자기가 살던 집을 내게 양도하고 이사가기로 한 친구덕에 독립을 외쳤고, 그 덕에 그 마을로 이사가면 이것저것 해보자는 일에 대한 제안들도 있었고, 새로운 삶의 터전을 잡을 수 있는 공간이 생기는 듯 했다. 게다가 2월 초에 이사가는 친구가 가구를 주고 가겠다고 연이어 뭔가가 성사되는 듯 싶었다. 


그러나 한 순간에 물거품 처럼 모든 것이 갸우뚱 거리기 시작했다. 


월세 내야 할 돈을 모으면 집을 살 수 있을거라는 이미 자기 집을 가진 친구의 조언, 독립한 친구들의 월세내기의 압박감 등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나의 삶에 영향을 주기 시작한다. 


그래서 다시 정리해본다. 내가 독립을 해야 하는 이유와 독립을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적다보면 마음 정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 독립을 하게 되면 좋은 점

1. 엄마와 나의 관계에서 감정적 독립을 통해서 더 나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 

2. 경제적 독립을 통해서 돈에 대한 현실적 감각 키우기.

3. 이사갈 동네에서의 같은 꿈을 일궈내는 사람들과의 네트워크.

4. 이후 삶에서 나의 지반이 될 여러 활동들을 할 수 있는 지리적 조건 형성

5. 서울 지역 전반을 나돌아다니는 나의 직업적 특성상 가까운 지역

6. 자가용으로 먼 거리를 이용하기에 어쩔 수 없이 타고 다니는 내 애마 자동차를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7. 나만의 독립공간에서 나의 창조적 활동을 맘껏 해보기 - 장아찌 담그기, 술 담그기, 각종 차 담기, 캔들 만들기, 재봉질 등 등 => 현재 조건에서는 엄마의 간섭 때문에 제대로 못함. 

8. 내 삶의 모든 것은 나의 책임 하에 있다는 인식과 더불에 그에 따른 컨트롤 능력 향상


* 독립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

1. 월세를 모으면 목돈이 된다. 

2. 그나마 생활과 관련한 부분에서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자질구레한 것들을 해주심.

3. 나이든 엄마와 지내는 감정적인 케어를 해야 함. 



아. 목록을 적다보니 나 참 이기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게 나인 걸...


목록을 적다보니 하고 싶은대로 다 했는데 돈 버는 것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했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돈이라는 가치에 더 신경을 써봐야 하나. 

오늘의 정리는 여기까지 해야겠다.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나간다. 

이렇게 또 하루를 보낸다. 

이렇게 또 하루를 맞이한다. 


밥은 또 왜 이렇게 잘 들어가는지,

밥 먹고 돌아서면 또 이렇게 먹고 싶은 것이 생기는지. 

채우고 비우고 또 채우고 비우기를 반복한다. 


마음도 같아서 

차올랐다가 다시 비워지고

비워지니 다시 차오른다. 


끊임이 없다. 

그래도 언젠가는 끝이 있는 것을 알기에 지금 이 순간 나는 또

감사할 뿐이다. 


이렇게 또 하루 지난다. 

별 탈 없이

별 일 없이. 


야간 드라이브하면서 음악을 들으면
감성적 울림이 배가 된다.
오늘 나의 귀에 쏙 들어온 노래는 김동률의 이 노래.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오늘 우연히 그를 보았다. 기도한다. 언젠가 내게 말했던 마음 속 삐뚤어진 무언가의 독이 서서히 사라지길...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란 말 대신 요즘은 '옷깃만 스치면 옷깃만 스친거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어쨌든 잘 살라고 축복의 말을 속으로 되뇌인다.



김동률의 한여름밤의 꿈


나 이제 그대 모르는 곳으로
아주 멀리 떠나가려해요
곧 새벽이 밝아오면 흔적도 없이
다 꿈으로 기억되겠죠
그대 기억하나요 우리가 처음만난 그날
꿀처럼 달콤한 그대의 향기 가득한 한여름밤 달빛에 입맞춤
그대 알고 있나요 새들이 잠들 무렵
별이 하얗게 빛나던 그 여름밤에
내 맘은 이미 그대의 것이었죠

그대 잠들었나요 언젠가 그대 눈뜰 날엔
마지막 내 모습 그대로이게 그 언제라도 그 어디라도
나 먼저 달려가 기다릴수 있게 늘 기도할께요 그대 편히 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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