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날았다. 아니 하늘의 공기와 바람에 이 몸을 맡기고 떠 있었다.
세상은 너무 고요하고 평온하고 아늑했다. 
마치 명상을 하는 것처럼, 
배영을 하고 하늘을 보는 것 처럼.
이런 평온함에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이들은 몇 시간 동안 하늘에서 내려오지 않는다고 한다.
천공의 섬을 짓고 싶다. 내 몸 공중에 띄어 그곳에서 살고 싶다.






'우와~ 멋지다!'

나도 맨 처음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이를 만났을 때 나왔던 감탄사였다.

나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쉽사리 발걸음 떼어 도전해 볼 엄두가 나지 않았었다.

인생의 전환기에 들어선 지금은 이런 생각 뿐이다. 

지금 할 수 있을 때,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에 하는 것이 최적기라는 생각이 든다. 

인생은 어쩌면 타이밍일지도...

큰 맘 먹고 패러글라이딩 강습이 있는 곳을 찾아갔다. 

마음의 준비를 하기 위해 일 끝나자마자 평창으로 이동, 숙소에서 짐을 풀고 설레는 다음날을 맞이했다. 평창 패러글라이딩 착륙장에 도착해서 바람의 방향을 알려주는 표시깃발과 이륙장을 올려다보았다. 끝을 알 수 없는 높이에 압도되고 말았다. 

바람이 좋은지 패러를 하러온 사람들이 꽤 있었다.


<패러글라이딩 착륙장> 저 주황색 깃발이 바람의 방향과 풍속을 알려준다. 착륙할 때 반드시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


짐을 최대한 가볍게 하고 패러글라이딩 기체를 싣고 산 정상인 이륙장으로 이동했다. 예전에는 패러글라이딩 기체를 짊어지고 산을 올랐다고 한다. 지금은 세월이 흘러 길이 생기고 차량으로 2,30분만 올라가면 곧장 산 정상으로 향한다. 



산 정상의 패러글라이딩 이륙장에 도착했다. 탁 트인 산아래 절경이 보인다. 풍수지리에서 좋다고 하는 배산임수 지형이기도 하다. 아름답게 타일처럼 깔려있는 밭이 보이고 발아래에 있는 착륙장이 까마득하게 보인다. 떨리기도 했지만 또 한편에는 호기심도 발동했다.

저 하늘, 공중에 떠 있는 기분이란 어떤 것일까?






패러글라이딩 기체를 풀어 라인을 점검하고 한 달 전쯤에 먼저 배우신 분이 먼저 하늘을 날 준비를 했다. 그 사이 나는 지상연습을 마치고 비행에 대한 숙지사항과 연습을 마쳤다.



능숙한 자세로 기체를 잡고 먼저 하늘을 날아간다. 신기할 뿐이다. 기체를 들어올려 가볍게 땅위를 걸어올라 하늘 공중에 사뿐히 떠 날아간다.




내가 탈 기체 가방을 풀어 나도 날 준비를 했다.

이왕 이렇게 온 거 시원하게 한 번 날아보자, 라는 마음으로 덤덤히 자세를 잡았다.


한수정 대표님이 꼼꼼하게 안전 점검을 해주셨다.

신뢰. 20년 넘게 해오신 터라 안전하다는 말에, 자신을 믿으라는 말에 믿을 수밖에 없다. 

믿고 날아올라야지! 믿자! 날 수 있다!





야~~~~


날아올랐다.

지금 기분 어때요? 라는 말에 너무 흥분되지만 감정을 꾸욱 꾸욱 눌러담아 무전기로 응답했다.

'너무 너무 좋아요! 기분 너무 좋아요!'

이 날 첫 고고도 비행을 성공하고 이륙장에 무사히 안착, 다시 비행을 하기 위해 산을 올랐다.




이런 맛에 하늘을 나는가?

첫 비행에 성공!


이날 서울로 올라가려던 나는 그 날 서울행을 미루고 하루 더 묵고 다음날 또 비행을 하기 위해 평창에 남았다. 

게다가 비행 후에 먹은 송어회. 후훗~~



하늘을 나는 기분.

일상을 벗어나 다시 일상을 값지게 해주는 패러글라이딩.

다시 몸이 근질거린다. 




한 번은 가봐야 지 했던 곳을 오늘 우연찮게 가게 되었다.


어디있을까 두리번 거렸는데 파주 헤이리 마을에 들어서자 약간 높은 언덕에 있어 이시스 홀의 글자가 멀리서도 보였다.

이시스 홀 이름 그대로 이 곳을 만드신 이시스님은 SNS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한 때 대화를 나누며 많은 위안을 받았던 분인데 한 번은 꼭 직접 뵙고 싶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계실까, 나를 기억하실까 했는데 마침 2층에서 온화한 미소로 카페 공간을 채우고 계셨다. 기대한 것처럼 얼굴에서 온화한 빛이 흘러나오는 성품을 지닌 분이셨어~~

내친김에 타로 오라클 상담도 받고, 향미 가득한 홍차와 갓구운 스콘을 먹으며 저 나름대로의 자연과 오컬트 분위기 속에서 좋은 기운을 흠뻑 받았다.


서울에서 차로 40분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가끔은 색다른 분위기에서 책을 읽고싶다거나 차 한 잔 하고 싶을 때, 가보면 좋을 것 같다. 


이런 곳에서 살아보고 싶기도 하다.

겨울에 흰 눈이 쌓인 풍경도 기대된다.

같이 갔던 친구들도 아들녀석들 사준다고 해리포터 지팡이도 사고, 또 다른 친구는 이 곳에 오게 해줘서 고맙다고 하니 나 역시 고마운 하루였다.














아프다.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아프다.
그러나 아무도 모른다.

조개처럼
나 혼자 안고 갈 아픔이라면
시간이 흘러 이 고통이 진주가 된다면
그렇다면 품어 품어 안을텐데

그래도 아픈건 아픈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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