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딱 이 시기, 

내게 필요한 것은 독립인가 노후를 위한 저축인가를 두고 마음 속 저울이 재빠르게 움직인다. 


주위를 둘러보면 대부분 결혼을 해서 자신만의 가정을 꾸렸거나, 독립을 해서 제 살 길을 살아가고 있다. 결혼해서 맞벌이를 하더라도 아이양육비와 대출금 때문에 허덕이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독립한 지인들의 이야기도 별반 다르지 않다. 월세금과 전세자금 대출 때문에 허덕이는 건 마찬가지다. 


나는 부모의 혜택을 받는 이른바 캥거루 새끼다. 부모님이 집을 갖고 계셔서 매월 들어가는 은행돈이 없는 대신에 매월 공과금과 간혹가다 있는 외식이나 생활용품 등은 내가 해결하고 있으니 친구들 눈에 나는 부모덕에 사는 거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대신에 감내해야 할 잔소리들과 감정소비가 많지만 말이다. 

친구들은 보살펴야 할 자식새끼들이 없고 사고치는 남편이나 형제자매가 없는 것에 대해서 감사해야 한다고 말을 한다. 나는 무덤덤하게 응답한다. 

"나 자신이 자식이자 남편이다. 나에게 투자를 많이 하기 때문에 교육비랑 생활비가 많이 들어간다~~"

그렇다. 

정말 해보고 싶은 것이 있으면 다 해보고,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먹고,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어떻게든 갖는다. 물론 사치를 부릴 만한 형편이 아니라서 그나마도 꾸역 꾸역 참아가며 정 참을 수 없으면 한다. 모든 것이 '지금 이 순간'이기에 마음 속 깊이 원하는 것이 있으면 해야지만 직성에 풀리는 불같은 에너지들이 넘친다.


그랬던 내가 올해 들어 많이 변했다. 아니 변했다라기보다는 정리정돈이 되어가는 것 같다. 

너무 철 없는 어린 사자처럼 제 멋대로 살았나? 이제 좀 진득하게 해보고 싶었다. 

일도, 관계도, 라이프 스타일 마저도.


잔가지들을 걷어내고 굵은 가지 몇 개만 가지고 나머지 인생을 살아가고 싶었다. 

이런 시점에 새로운 제안들이 들어오고, 사는 터전을 옮겨야만 가능한 네트워크와 사람들, 일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갑자기 자기가 살던 집을 내게 양도하고 이사가기로 한 친구덕에 독립을 외쳤고, 그 덕에 그 마을로 이사가면 이것저것 해보자는 일에 대한 제안들도 있었고, 새로운 삶의 터전을 잡을 수 있는 공간이 생기는 듯 했다. 게다가 2월 초에 이사가는 친구가 가구를 주고 가겠다고 연이어 뭔가가 성사되는 듯 싶었다. 


그러나 한 순간에 물거품 처럼 모든 것이 갸우뚱 거리기 시작했다. 


월세 내야 할 돈을 모으면 집을 살 수 있을거라는 이미 자기 집을 가진 친구의 조언, 독립한 친구들의 월세내기의 압박감 등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나의 삶에 영향을 주기 시작한다. 


그래서 다시 정리해본다. 내가 독립을 해야 하는 이유와 독립을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적다보면 마음 정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 독립을 하게 되면 좋은 점

1. 엄마와 나의 관계에서 감정적 독립을 통해서 더 나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 

2. 경제적 독립을 통해서 돈에 대한 현실적 감각 키우기.

3. 이사갈 동네에서의 같은 꿈을 일궈내는 사람들과의 네트워크.

4. 이후 삶에서 나의 지반이 될 여러 활동들을 할 수 있는 지리적 조건 형성

5. 서울 지역 전반을 나돌아다니는 나의 직업적 특성상 가까운 지역

6. 자가용으로 먼 거리를 이용하기에 어쩔 수 없이 타고 다니는 내 애마 자동차를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7. 나만의 독립공간에서 나의 창조적 활동을 맘껏 해보기 - 장아찌 담그기, 술 담그기, 각종 차 담기, 캔들 만들기, 재봉질 등 등 => 현재 조건에서는 엄마의 간섭 때문에 제대로 못함. 

8. 내 삶의 모든 것은 나의 책임 하에 있다는 인식과 더불에 그에 따른 컨트롤 능력 향상


* 독립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

1. 월세를 모으면 목돈이 된다. 

2. 그나마 생활과 관련한 부분에서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자질구레한 것들을 해주심.

3. 나이든 엄마와 지내는 감정적인 케어를 해야 함. 



아. 목록을 적다보니 나 참 이기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게 나인 걸...


목록을 적다보니 하고 싶은대로 다 했는데 돈 버는 것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했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돈이라는 가치에 더 신경을 써봐야 하나. 

오늘의 정리는 여기까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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