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오 비발디의 사계 중 <겨울>을 듣다보면 '삶'이라는 주제가 저절로 떠오른다. 


누구나 찬란한 봄의 계절, 활동적인 여름의 계절, 자신이 뿌린 씨앗과 노동의 결과를 받는 가을의 계절을 지나 겨울을 맞이한다. 자신이 존재하고 있다고 느끼는 '지금 이 순간'은 영원하면서도 시간의 화살처럼 잡을 수 없이 변함을 누구나 느끼고 있다. 그러면에서 자연의 속성, 계절의 변화를 천천히 들여다보면 내 삶의 흐름도 자연과 마찬가지임을 다시 깨닫게 해준다.

 

정의, 법칙... 요즘은 이런 단어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살기 좋은 세상 만들겠다고 나선 인간들이 점점 더 사람 살기 힘든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누구나" 살기 좋은 세상의 "누구나"가 자신의 의견을 드러낼 때는 선긋기 이념의 잣대로 벼랑 끝으로 몰아낸다.'가만히 있어!'

 억지로 의견을 무시한 채 밀어붙이는 그 대단한 의지에 놀라기도 하지만, 억지로 막무가내로 떼 쓰는 모습이 안타가움을 너머 안쓰럽기까지 하다. 


나는 인간이 만들어 낸 보편적 개념의 정의와 법칙 따윈 믿지 않는다. 그건 그저 사회적 합의와 의지 일 뿐.


내가 믿는 것은 우주의 질서와 법칙이다. 우주가 우리 눈 앞에 제 모습을 보여 알아차리게 만드는 것이 계절의 변화, 자연의 흐름이다. 그것이 정의고 법칙이다.


겨울. 

몸과 마음, 우리 모두가 스산하다. 


비발디의 겨울 악장을 들으며 이미지가 머리 속을 훓고 지나간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겨울 광풍에도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제 몸을 응축해서 "가능성의 씨앗"을 품고 있다. 

지금 이 순간, 자연은 저마다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것과 가질 수 있는 것만을 품은 채 겨울을 버텨내고 있다. 아니 버텨내는 것이 아니라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씨앗은 세상 모두의 희망을 담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가치있는 것들이다. 

잊지말기로 한다. 

내 안의 씨앗을 무엇으로 채울 지 상상해보자. 

그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자 자연이 주는 최대의 선물이 될 것이다. 

가능성의 씨앗.



해피 뉴 이어!


올해는 이 노래를 같이 부르거나 같이 들으며 와인 한 잔 하기를 바랬었다.


어찌됐든, 

내년에는 악기 하나 배워서 연주를 하며 불러봐야지


그리고 또 맞이한다. 


웃으며


해피 뉴 이어!!



책을 읽다가 눈에 확 들어온 이야기 하나.  

올해 초 마인드 맵을 처음 작성했었다. 

항상 신년계획은 신년계획으로만 남아 계획같은 건 세우지 않은지 오래되었다. 

그러다 올해는 '재탄생'이라는 2014년의 나의 키워드를 세우고, 

그에 따른 변화하고 싶은 삶의 스토리들을 다이어리에 생각나는대로 모조리 다 적었었다. 

그러다 올 한 해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니 마인드맵에 있던 것을 모두 다 해봤다. 

여전히 내가 그린 지도의 길을 걸어가고 또 지도를 새로 그리고 있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같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작성한 것을 시도했고 시작했다는 것이다.





앨리스 :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가르쳐주세요.


체셔고양이 : 그건 네가 어디를 가고 싶으냐에 따라 다르지.


앨리스 : 어디든 상관없어요.


체셔고양이 : 그렇다면 어느 쪽으로 가야 되는지도 중요하지 않겠네.


앨리스 : 혹시 나는 갈 곳이 없는 건 아닐까?


벽 : 지도만 보면 뭘 해? 남이 만든 지도에 네가 가고 싶은 곳이 있을 것 같니?


앨리스 : 그럼 내가 가고 싶은 곳은 어디에 있는데?


체셔고양이 : 넌 너만의 지도를 만들어야지.

오전 출근길,

갑자기 도로위 주행하던 차가 덜컹거리기 시작했다. 

심상치 않은 기운에 비상등을 키고 터널 진입하기 전에 세웠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운전석의 앞바퀴가 빠져서 데구르르 3차선 도로쪽으로 빠지는 게 아닌가. 

큰 사고가 나지 않아 다행이다 싶은데, 갑자기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차 딜러분에게 전화를 걸었다. 

받지 않았다. 

우선 직장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얘기하고 대신 수업을 진행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나의 떨리는 목소리를 알아채셨는지 인턴 강사분께서 나 대신 보험사에 신고를 해주셨다. 

우여곡절 끝에 견인 서비스를 불렀으나, 앞바퀴가 없어 범퍼가 나갈 위험이 있으니 다른 견인차를 불러주겠다고 했다. 

타이어 전문점에 가서 교체하고 났더니 오전시간은 다 지나가고, 아직 떨리는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 휴식을 취하며 느긋한 척, 여유로운 척 코스프레를 하며 진정모드로 전환을 하고자 노력했다. 


이 와중에 오늘 눈은 예쁘게도 내렸다.


오후, 

창밖에 고개를 내밀고 하염없이 내리는 함박눈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불현듯 '난 참 운이 좋은 아이구나.'를 새삼 깨닫는다. 

사람들이 있어 나를 진정 시켜주고, 차를 데려다 고쳐주고, 걱정해주는 사람들. 

그리고 오전에 이 일이 없었으면 필히 이 미끄러운 얼음눈길에 사고가 났을 것이며, 

사고가 났으면 뼈도 못 추리고 큰 일 났겠다 싶다. 


사람들을 위해 기도한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_()_


그리고 

나를 보살펴주는 우주의 기운에게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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