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소식에 마음이 먹먹해져온다.
수많은 사람들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저마다의 추억을 가지고 정성스레 제작한 추모동영상을 보고나면
멈췄던 눈물이 저절로 다시 나온다. 

바보같았던 그의 정치적 생애를 되돌아보며 저마다의 그의 발자취를 추억하는 글귀들을 보고나면
진정되었던 쓰라린 마음이 다시 되살아난다.

그를 추모하기 위해 수많은 이들이 만들어낸 추모곡과 추모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인간 노무현, 바보 노무현, 대한민국 대통령이었던 그를 참 많이 미워도 했고, 사랑도 했구나를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만큼 구린내나는 정치구조에 대한 불신과 분노이기도...

어제 저녁 퇴근길 버스안에서 엄마와 마주쳐, 집까지 걸어가며 대화를 나누었다.
정말이지 간만에 엄마와 나눈 진지한 대화였다.
엄마는 노무현 대통령이 그렇게 우리곁을 떠나서 마음이 많이 아프다고 하셨다.
그리고 방송에서 '노무현 사망'이라고 나왔었는데, 그거 보면 기분이 참 나쁘더라, 그거 문제제기해야하는 거 아니냐며 분노를 터트리신다. 어떻게 방송에서 그럴 수 있느냐며...요즘 추모방송을 하는 거 보면 KBS보다 SBS가 낫다는 말씀도 하신다.
그렇게 집으로 가는 길에 엄마와 나는 노무현 대통령을 기억하는 말을 몇마디 주고 받았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국민학교 시절, 그는 내 기억속에 청문회 스타로 각인되어 있다.  
상대방이 아무말도 못할 정도로 국민들이 하고 싶은 말들을 속시원히 내뱉으며 상대방을 불호령 내듯이 다그치는 그 모습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리고 가족들 모두 짜릿하게 그 장면을 지켜보던 그 광경도...
대통령이 되어서 기존 기득정치권력들이 그를 무시하며 탄핵소추안을 가결했을 때, 대한민국 정치구조에 회의감을 가졌다.
그러나 이내 탄핵무효를 외치는 수많은 인파속에 있으며 희망을 엿보기도 했다. 
정치가 만만치 않구나... 아니 돈과 권력으로 똘똘 뭉쳐있는 그들만의 정치구조가 만만치 않구나를 절실히 느꼈다. 

엄마는 내게 분향소는 다녀왔는지 묻는다.
나는 내일 시청광장으로 갈꺼라고...
한 나라의 대통령이었던 분의 분향소를 시청광장에서 하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냐고 분노를 터트렸다. 그러자 엄마는 나에게 데모질하고 다니지 말라고 하신다.
그래서 작년 촛불집회 때도 참여했었고 밤도 샜었으니까 내일도...괜찮을거라고 답했다.
그러자 엄마는 피식 웃는다. 자기도 작년 촛불집회 때 갔었더라며, 불교계 집회할 때 시청광장에 아픈 몸 이끌고 절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어서 노무현을 굉장히 싫어하는 친척분의 이야기를 꺼낸다. 그 분이 노무현을 싫어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 자신의 땅값 떨어진다고...에휴... 있는 사람들은 노무현을 싫어하고, 없는 사람들이 노무현을 지지하는 것 같다고 하신다. 
엄마가 그런 생각을 가졌는지 집에 오는 길에 짤막한 대화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런 대화를 하며 밤하늘을 올려다보는데 마음 속에서 뭔가 울컥한다.
정치인 노무현, 대한민국 대통령 노무현이 아니라
소박하게 인간의 행복을 바랐던 바보같았던 인간 노무현의 정치신념이 나를 울린다.

그리고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정치권력층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다시금 나를 깨운다. 
가만히 있지 말라고...그리고 기억하라고. 지금을 잊지 말고 기억하라고. 
추모영상에서 들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이 다시금 생각난다.
북한이 핵 미사일 한두개 쌌다고 곧장 전쟁이 일어날 것처럼 분위기를 몰아
국민들을 비상상태로 내모는 정치적 행위는 웃긴 짓이라고...
평화와 화해는 한순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과정이라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대통령을 잘 뽑는 것이 중요하다지만, 대통령 한명으로 이렇게 사회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에 회의감이 들 뿐이다.
과연 대통령제는 옳은 것인가? 아니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의사결정구조가 적절한 것일까?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님, 좋은 곳에서 평안하시길...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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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제 관련해서 시청광장 사용이 '허가'되었다고 한다.
오늘 7시 시청광장으로 가야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깊은 충격과 슬픔에 빠져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엄혹했던 군사독재 시절 인권변호사로 민주화운동에 앞장섰고, 약자의 편에 서서 인권 수호를 위해 헌신했습니다. 또 기득권에 안주하지 않고 정치개혁과 권위주의를 타파를 위해 큰 역할을 했습니다. 국민들은 고인이 생전에 대한민국의 민주화와 정치발전을 위해 헌신했던 대통령으로 오랫동안 기억할 것입니다.

시민들이 느끼는 슬픔과 고인에 대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함께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노무현 前대통령 시민추모제
일시 2009년 5월 27일(수) 저녁 7~9시
장소 서울시청 앞 광장
주최 노무현 前대통령 시민추모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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