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공항에서

어디서부터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공항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려고 대기 중이다. 

내게 일행이 있다. 알지 못하는 사람들인데, 저 멀리 우리의 여행을 도와주기 위한 사람이 보인다. 

가까이 가 보니, 예전에 알던 김기가 여행 스케쥴을 확인하고 있다. 

그는 우리가 책 한권씩을 골라서 읽은 후, 그에 대한 감상문을 발표해야 한다고 한다. 

총 100권의 책 중 하나씩 책 이름을 부르면, 그 책을 읽고 싶은 사람들이 자기가 하겠다고 나서면 된다. 

잠시잠깐 아는 사람이 나에게 아는 척을 한다. 

잠시 대화를 나눈 후, 다시 돌아보니 내가 고르려 했던 책이 다른 사람이 이미 택한 책이라고 한다. 

스물다섯번째 책이었던 것 같은데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는다. 

책 제목 역시 기억나지 않지만, 알 수 없는 단어인 요란 뭐시기~였다. 

나는 그 책만큼은 내 경험에 비추어 잘 쓸 수 있으리란 생각에 김기를 찾아 뛰어간다. 

난 그 책을 선택하고 싶다. 그 책을 이미 선정한 사람이 누구인지 묻는다. 

40대 중후반인 여성이 그 책을 이미 선택했다. 그 책을 선정한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그 사람보다 내가 더 잘할 수 있을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난 그 책을 펴들고, 난 이미 그 책을 절반 가량 섭렵했으니, 나와 나누어 하자고 했다. 

그 여성은 그러자고는 말했지만 표정에서는 싫은 기색이 역력했다. 


이래 저래 발표 부분을 나누고, 이래 저래 서로가 나눠서 하면 좋은 내용이 나올거라고 설득하고 있다. 

그러나 그 여성은 별로 적극적이지가 않다. 

갑자기 그 여성의 표정을 보니, 이미 그 책에 대한 우선권이 그 여성에게 있는데, 나 혼자 고집피우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만약 당신이 나와 함께 하는 것이 불편하다면 내가 물러서겠다고 말한다. 

같이 나눠서 할 그 여성이 흡족하지 않다면 그건 나에게도 흡족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 책만큼은 내가 잘 할 자신이 있었지만, 그 여성의 그 태도로 나는 물러선다. 

결국엔 나눠서 할 것이 아닌가보다라고생각하고 만다. 


뒤돌아오는 길에 다른 책을 선택하려 한다. 

미리 100권의 책을 훓어보는데, 이번에는 거꾸로 책 제목을 읽어내려간다. 



100. 곰이야기

99. 모짜르트 No.2

98. ??


베토벤은 없었다. 그렇다고 모짜르트를 고를 수도 없었다. 

100번째 책에 궁금증이 생겼다. 살짝 펴보니, 회색빛 종이재질에 한글로 적혀있는 것이 국악과 관련한 글이었다. 

국악에 대해서 이번 기회에 아는 것도 좋겠다 싶어 얇고 노란색 재질의 오래된 그 책을 집어든다. 

그 책이 전시되어 있는 쇼윈도 안 쪽의 자그마한 가게 안에는 스님이 앉아계셨다. 

이 책 빌려가서 읽어가도 될까요? 100번째 책을 제가 고르려고요~

했더니 스님이 흔쾌히 빌려주신다. 


#2. 공항 내부

장면이 바뀌어서 공항내부 안에서 길을 헤매고 만다.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길을 잘 못 들어선 모양이다. 

에스컬레이터 바로 옆 공터에는 박스가 펼쳐진 상태로 오목하고 솟아 올라와있는데, 그 안에 사람이 누워있다. 

그들은 떠나려해도 아직 못 떠나는 여행객들인가 싶다.

에스컬레이터 아래로 내려가는데, 길을 잘 못 들어서서 거꾸로 올라가려하지만, 올라갈 수 없다. 

그 옆 난간이 있어서 에스컬레이터를 역으로 올라선 다음, 그 난간을 부여잡고 다시 올라가려 애쓴다. 


다시 장면이 바뀐 후, 알던 친구가 내 옆에서 같이 기다려준다고 한다. 

나를 껴안은 그 친구는 내가 물던 연필을 덥썩 베어문다. 연필이 뭉개졌지만, 난 그걸 개의치 않아한다. 

그 친구는 계단이 있는 곳으로 이끌더니만 한적한 곳에서 머무르자고 한다. 

아직 비행기는 타지 못했다. 

그 공간으로 이동하니, 옆에 몇 몇 사람들이 그 곳에서 기다리고 있다. 

옆에 있던 그 친구는 내가 물던 그 연필을 다시 베어 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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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책을 많이 읽고 있어서 100권의 책 리스트가 등장한 것일까?

아직 떠나지 못하고 공항안에서 배회하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 걸까?

내가 물고 있던 그 연필은 무엇일까?

오늘의 꿈은 아무리봐도 내가 해석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찼다. 

시간이 지나면 오늘의 이 상태를 내가 분석할 수 있을 때가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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